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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

"해제되길 기다렸다" 은평구 스토킹 잔혹 살인 사건으로 본 법률적 허점과 대책

by 꼼댕 2026. 11. 5.

'전자발찌 해제 0일 차'에 찾아온 비극… 제도가 만든 치명적 사각지대

전자발찌 풀린 그날, 예고된 비극

1. 감시가 끝난 순간 시작된 최악의 시나리오

2026년 11월 5일 아침,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평범한 다세대주택에서 끔찍한 범죄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잔혹하게 목숨을 앗아간 60대 남성 A씨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범행 직후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피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경찰은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체적인 계획범죄 여부와 동기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심각한 충격과 분노를 던지는 이유는 단순한 범죄의 잔혹성 때문만이 아니다. A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 스토킹 범죄 이력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위치추적 강제 조치가 종료된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국가가 부여한 법적 감시 장치가 해제된 바로 그날, 피해자를 보호하던 최소한의 안전망은 완벽하게 소멸했고 비극은 현실이 되었다.

2. '시한부 억제책'의 한계: 스토킹 처벌법은 왜 무력했나

2024년 1월, 가해자에게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도록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잠정조치)이 본격 시행되었을 때 사회적 기대는 컸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여 피해자 근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훌륭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은평구 사건은 현재의 법적 억제책이 지닌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뼈아프게 증명했다.

① '종료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사라지는 실시간 모니터링

전자발찌 착용 기간 동안 법무부 관제센터와 경찰은 24시간 피의자의 동선을 감시한다. 그러나 지정된 잠정조치 기간이 단 1초라도 지나면 국가의 관제 시스템은 즉시 정지된다. 가해자의 위치 데이터는 더 이상 수집되지 않으며, 경찰의 경보 알람도 꺼진다. 감시가 꺼진 바로 그 순간부터 피해자는 완벽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② 행정적 단절이 낳은 '보호 조치의 공백'

피의자의 형기나 잠정조치 기간이 끝난 후, 법무부의 전자감독 체계에서 경찰의 지역 신원 보호 체계로 이어지는 밀착형 사후 연계 시스템이 부재하다. 감시 기간이 종료되는 순간 가해자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지만,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실질적인 사후 안전 지원 체계는 너무나 헐겁다.

③ 압축되고 증폭되는 가해자의 '보호관찰 보복 심리'

스토킹 가해자에게 강제 통제 기간은 반성의 시간이 아닌 '분노와 통제 욕구를 축적하는 시간'이 되기 쉽다. 통제가 작동하는 동안 억눌려 있던 집착과 보복심은 감시 장치가 제거되는 순간 폭발적인 위험성으로 변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제 시점에 맞춘 고위험군 재평가 및 사후 밀착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3. 심리적·구조적 분석: 왜 스토킹은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마침표를 찍는가

범죄 심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스토킹을 단순한 '남녀 간의 불화'나 '지나친 애정 표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장 경계한다. 스토킹은 본질적으로 상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왜곡된 소유욕에 기반한 '살인의 전조 단계'이다.

[스토킹 범죄의 악순환 구조]

관계 단절 및 국가 Intervention (구속/전자발찌)
  └─► 가해자의 통제권 상실 및 분노·집착 증폭
  └─► 전자발찌 해제 (법적 강제력 소멸)
  └─► "더 이상 나를 막을 것은 없다"는 착각 발생
  └─► 거주지 정보를 쥐고 있는 가해자의 즉각적 보복 범행
  • 통제권 상실에 따른 분노 폭발: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거부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했을 때 극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전자발찌 착용으로 자유를 제약당한 기간만큼 피해자에 대한 원망과 집착은 정비례하여 커진다.
  • 법적 강제력 소멸이 주는 착각: 전자발찌가 벗겨진 순간 가해자는 심리적 해방감과 함께 "이제 국가도 나를 억제할 수 없다"는 왜곡된 자신감을 갖게 된다.
  • 피해자의 구조적 약점 이용: 가해자는 이미 피해자의 주거지, 직장 동선, 생활 패턴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는 삶의 기반 전체를 옮기지 않는 한 가해자의 접근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정보의 불균형이 범행을 용이하게 만든다.

4. 벼랑 끝에 선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한 3대 긴급 과제

이번 은평구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전자발찌 부착'이라는 단편적 조치만으로 피해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확인했다.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제도적 개혁안은 다음과 같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3대 개혁안
 
  1. 전자발찌 해제 후 '고위험군 사후 관찰제' 신설 전자장치 부착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스토킹 범죄의 재범 위험성 평가(RARA 등)를 시행하여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법무부-경찰 합동 사후 관찰 기간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최장 6개월~1년 이상 주기적인 면담과 동선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2. 피해자 통지 시스템 및 즉각적 주거 지원 강화 가해자의 전자발찌가 해제되는 날짜와 시각이 피해자에게 정확히 사전 통지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희망할 경우 임시 안심 숙소 제공,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 재지급, 경찰 순찰 강화 등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연속적 보호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3. 잠정조치 기간의 유연화 및 사법부의 엄정한 양형 기준 현행 잠정조치 기간을 피해자의 안전이 확실히 담보될 때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집행유예나 솜방망이 처벌을 지양하고 엄중한 실형을 선고하는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5. 맺음말: 법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것은 방조와 같다

전자장치가 제거되자마자 피해자를 찾아가 목숨을 빼앗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불운이나 개별 범죄자의 이상 행동으로만 볼 수 없다. 이는 국가가 만든 보호 시스템에 명백한 시간적·구조적 구멍이 뚫려 있음을 증명한 비극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며 채워준 전자발찌가 겨우 범행 시각을 늦추는 '시한부 장치'에 불과하다면, 어떤 국민이 국가의 치안을 믿을 수 있겠는가.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의자에 대한 엄벌이 내려짐은 물론, 다시는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법적 공백으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즉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